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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동 시인 낙관
하늘에 그린 묵화 김소해 이제는 다 보여줄게 이름 그대로 나목이다 그게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아서 북풍에 벗고 서있는 잔뿌리의 잔가지 겉치레 하나 없이 솔직하면 앙상하리 뿌리도 때론 빛이 그리울 때가 있어서 하늘로 뻗은 잔뿌리 묵화 한 폭 펼쳤다
햇살 한줌 김사빈 아침에 나온 햇살을 건졌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그리움 들이다 다시 쥐어 보는 햇살을 가만히 손가락을 펴보니 손바닥에 남아 있는 건 그의 얼굴이다 꾹 다문 입술 깊은 눈 속을 들여다 보니 내 다 알아 하는 것 같다 빙긋 웃는 그를 바람이 휘젓고 지나간다
징검다리 김기수 생의 징검다리 – 하루를 건넙니다 동틀 무렵 네 품에서 시작한 쉼표는 해 진자리 네 품에서 마침표를 찍습니다 산을 오르던 일 강을 건너던 일 누구와 치열하게 키 재기를 하던 일 모든 낙엽 같은 일과들을 징검다리 아래로 씻어 보냅니다 두근두근 네 작은 가슴의 징검다리를 딛고 한 칸, 하루치를 건너갑니다 한 생애가 건너갑니다
가로등 김국이 일 년 내 야근만 하는 우리 집 앞 가로등 어둠 속의 빛은 세상을 밝히는 수도승인가 머리는 맨드라미 밀고 회색 옷 입고 서서 밤마다 오가는 동네 사람들 내려다보며 조심히 조용히 다니라고 당부한다 얼마 전엔 지쳤는가, 한 눈만 끔뻑이더니 세상 모습 보기 싫은지, 또 한 눈 찡긋하곤 눈을 감아버린다. 폭설이 내리는 긴 겨울밤에도 폭풍우 몰아치던 사나운 밤에도 동네 사람 위해 헌신한 가로등.
시댁 가는 길 김국이 토실한 아들 등에 업고 시골버스 내려서 언덕배기 오르며 뭐라고 인사말 올릴까 ㄱㄴㄷㄹ 동구 밖 들어서서 저만치 보이는 대문 바라보며 누가 먼저 와 있을까 1 2 3 4 때 묻지 않은 시댁 길 그래도 괜찮다 나라지키는 남편대신 아들이 등 뒤에서 토닥토닥 보듬어 주니까.
오월이 오면 雲影 권오정 연두 빛 짙어오는 봄날 실안개 아른거리는 깨끼저고리 갑사치마 차려입고 수틀에 모여드는 나비처럼 꽃향기 흩날리는 들판으로 봄맞이 가리라 인조견 흰 속치마 풀물이 들도록 금잔디 강변을 줄달음쳐 보리라 내 가슴에 흠뻑 봄물이 들면 유유히 흐르는 저 강물 따라 녹음방초 지천에 깔린 꽃 청산 유람 떠나리라.
오늘이 내 마지막 날이라면 雲影 권오정 나는 이 하루를 내 작은 정원에 나가 풀꽃을 심으리라 싸리꽃대 하나 찾아 심으리라 먼 훗날 누군가 홍 보랏빛 고운 모습 애틋해 울리라 뽀오얀 안개 자우룩한 날 모든 아름다움이 내 가슴에 녹아들어 세상 하직하기 아주 썩 좋은날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만 남은 여기 나 홀로 쓸쓸한 봄날에 사라지리라 아지랑이처럼 하롱하롱 사라지리라.
바른길로 인도하옵소서 - 直指 直視 - 雲影 권오정 준 것보다 받은 것 많아 세상 잘못 산 것인가 책 한 권 마음 한 자락 아까워 인색한 이로… 그런가 하면 받은 것 헤아릴 수 없으니 어이하리 마음에서 마음으로의 길 두고 꼬부랑길 뒤안길 맴도는 인생인가 때늦은 痛恨之事 라 내 마음 한 조각 흰 구름 소중히 담아 그대 가슴으로 가리라 一切 唯 心의 가르침으로 살다가 禪也者自無言 至於無言者也 禪是佛心의 세계에 入門하는 마음으로 살겠나이다 直指 直視의...
망초꽃 향을 아시나요 雲影 권오정 유월의 향기 망초꽃 향을 아시나요 감나무골 숲길에 하얗게 핀 망초꽃 산바람 골바람 산들산들 반기는 망초꽃에얼굴을 대이고 아리한 향에 취해 자빠진 날무슨 사념에 몰두하여…그저 그런 지난해 그맘때 보았던 꽃 무어라 말할까 옅지도 짙지도 않은 해맑은 모습의 이 향기 초 여름날의 향망초꽃 그 향기를 아시나요.
작가로서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그 무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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