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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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게 피는 꽃잎아프게 피는 꽃잎 엄원용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가슴에서 피어나는 고운 꽃잎 사랑은 늘 고독하고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서러운 것 아프게 피는 꽃잎은 더 아름답고 꽃술에 풍기는 향기는 더 짙어라. 아름다운 사랑은 곱게 갓 피어난 꽃잎이 애절하고 붉고 짙게 물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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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깎기사과 깎기 엄원용 사각 사각 사각… 밤새 내린 흰 눈을 밟고 누가 오시는가 보다. 새벽에 내린 눈은 아삭 아삭 소리를 내지. 포근한 겨울이면 아이들은 그 소리가 좋아서 뛰놀며 발자국 소리를 일부러 낸다. 사각 사각 눈을 밟고 와서 푸른 스카프를 풀고 흰 눈을 털며 현관에 들어서는 그녀의 몸에서는 늘 사과향기가 났다. 사각 사각 사각 … 깎아놓은 사과를 씹으면 입안에서는 아삭 아삭 그녀의 발자국 소리가 난다. 오늘 아침에도 사과를 깎는다. 밤새 내린 흰 눈을 밟고 누가 오시는가 보다. 사각 사각 사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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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모를 거예요다들 모를 거예요 양봉선 남들은 쉽게 말을 하지요 언제나 밝은 모습 보기 좋다고 하지만 다들 모를 거예요 밤마다 웃는 연습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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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되고 싶다별이 되고 싶다 안재동 별이 되고 싶다 살아서 별이 되고 싶다 언제나 너의 눈을 볼 수 있는 맑고 초롱한 별이 되고 싶다 별이 되고 싶다 죽어서도 별이 되고 싶다 언제나 나의 모습 보여주는 밝고 선명한 별이 되고 싶다 너는 그런 나의 별이 되고 나도 그런 너의 별이 된다면 나와 너의 반짝이는 사랑이 별처럼 고귀할 수 있다면 별이 되고 싶다 저하늘의 별이 되고 싶다 너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에 항상 서 있는 별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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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맨발아내의 맨발 심홍섭 아내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 눈물이 앞을 가리고 민망이 앞을 가리고 부르튼 맨발이 앞을 가립니다 군림이 아니라 사랑을 교만이 아니라 겸손을 부끄러운 삶을 씻어내며 가장으로 죄스러움도 씻어냅니다 아! 그렇구나 살면서 나는 한번도 이렇게 아름다운 부르튼 발을 본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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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線선線 심재기 누군가의 線이 하늘을 가두고 나를 가두고- 잠자리 두어 마리 풀어 놓으면 그림이 된다. 무채의 허공에 선율旋律이 된다. 제법 투명한 구슬픈 그림 바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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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들녘겨울들녘 심재기 외로움 덧칠하는 허수아비 긴 그림자 이삭 줍던 참새마저 포르르 포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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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덕장황태덕장 澐海 송귀영 눅진한 덕을 맨 채 설한풍 끌어안고 서서히 말라가는 한때풍진 살찐 몸매 단단히 엮인 가닥에 별미로 숙성한다. 대양을 누빈 혈기 왕성히 살아 뛰던 아련한 그 기억이 그물코에 걸린 순간 뭉클한 먼별의 눈물 훔치며 말라간다. 죽어서 뒤 살아난 시린 속내 헤아리며 비릿 내 끌고 오는 짠맛 짙은 푸른 파도 언젠가 혹한의 족쇄 풀릴 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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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허수아비 澐海 송귀영 간 쓸개 다 빼버린 허울의 빈 몸으로 초라히 등살 잡혀 겨운 세상 바라보며 굴레 쓴 껍질을 안고 날짐승을 쫒아낸다. 도려낸 살점들은 모토(母土)에 꽃아 놓고 뒤틀려 휘어진들 허리춤을 곧게 펴서 사는 것 아리송해도 산짐승들 몰아낸다. 숨 고른 초가을에 초심을 잃게 되면 벼이삭 죽정 되어 한숨짓는 농부근심 이 한 몸 번을 굳게 서 한시름을 덜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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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풀이햇살풀이 澐海 송귀영 못 지킨 피돌기에 깡마른 등뼈마디 어둠을 젖뜨리는 몽니 튕겨 꼬나물면 매몰된 녹슨 햇살에 마디마디 삭는다. 저문해 낮은 숨결 하얗게 사위어간 날 세운 벼린 이빨 쭈글쭈글 마모될 때 여울목 빠진 햇살에 뿌리째로 바랜다. 꼭꼭 쥔 주먹 안에 웬 속셈 감추고서 부풀린 저 몸짓을 바싹 당겨 비틀어 맨 등걸이 비낀 햇살에 실눈섭이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