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렸습니다
이정님
잃어 버렸습니다.
잃어버릴 것이라도 있어 행복합니다.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다가
길을 나섭니다.
돌과 돌이 끝없이 잇대어 돌담을 끌고 갑니다.
돌담은 문을 굳게 닫은 그대로
길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새로운 아침으로 통하고 있었지요.
돌담을 더듬던 눈에 눈물이 고여
고개를 들어 보니
하늘은 부끄럽게도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은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자꾸 이 길을 걷는 것은,
다만,
잃어버린 나를 찾는 까닭입니다.
작가로서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그 무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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