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2 (일)

저무는 산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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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산문에서

이수정-저무는 산문에서.jpg

 

저무는 산문(山門)에서


이수정



기울어진 햇살 아래

상처 같은 한 줄기 오솔길 숨겨 안고

한 필 명주 빛으로 눈부신 가을 산을

길 잃은 갈색 갈바람처럼 서성이다.


하늘의 마른 핏줄인가

헛헛한 나뭇가지 사이 눈길 주면

아픈 추억 하나쯤 뉘 없으리요만

누구나 그 중 제가 제일 아프다지만.


부챗살 펼쳐든 수풀 서걱 이며

그대 이리로 오시는 듯

자꾸만 내게로

얼비쳐 오는 그림자 하나…….


해는 이내 산 너머 가고

땅거미 내리는 가을 山門에 서서

혼자서 되뇌는 마음의 말.


그대 지금 어디 가 계신지

잠 편히 잘 계시는지

정녕 언제쯤 다시 올수 있으신지.


올가을도 저 혼자 저리 깊어만 가고

가슴속 깊이 새겨지는 아린 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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