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그림자 이규석 거울 앞에 섰다. 나는 보이지도 않고 아버지가 불 우물을 캐며 웃고 계신다. 이마에 주름이 밭고랑에 너울지고 얼굴엔 건버섯이 여기저기 꽃을 피워 세월이 흘러서 아버지의 진한 모습이 아들의 얼굴로 거울 앞에 서 있는 거다. 놀램이 있어도 어쩔 수 없는 현실 아쉬움에 흔들림이고 자국만 들쳐낸다. 가슴에 묻어둔 그리움 풀어헤치고 눈시울 적셔가며 깊은 보고픔에 젖는다.
햇빛 사랑 윤행원 나는 당신과 있으면 하루가 눈부시게 화려해 집니다 햇빛은 곱게 눈을 흘기고 바람은 웃으면서 지나갑니다 새들은 우리들을 보고 노래를 합니다 나는 당신과 함께 있으면 눈물 나게 기쁜 마음으로 찬란한 하루를 가집니다.
인덕(仁德)의 샘 윤행원 고결한 영혼으로 일생을 사신 濟川선생님 오늘은 눈부신 햇빛이 되어 우리들의 가슴을 밝게 비춥니다 많은 재산으로 德을 고루 나누시고 교육 사업에 이웃을 위해 愛國, 愛族에 삼천석의 재산을 거침없이 뿌렸습니다 은빛 수염에 자애로운 모습은 언제나 맑은 빛이었습니다 남을 위해 한 몸 아끼지 않은 厚德한 博愛精神은 世人들이 손 모아 기립니다 淸溪山 精氣모인 大坪 들에 큰 人物 태어나서 仁慈한 모습에 큰 뜻을 펴시고 훈훈한 施惠積德은 마을의 기운이 되어 福...
가을하늘 윤이현 “토옥 - ” 튕겨보고 싶은 “주욱 - ” 그어보고 싶은 “와아 - ” 외쳐보고 싶은 “풍덩 - ” 뛰어들고 싶은 그러나 머언 먼 가을하늘. ------------------------------------------------ 초등학교 4의2 국어 읽기교과서에 수록.
왕대추 (장편소설) 여정건 당신의 향긋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내게로 왔습니다. 당신의 얼굴을 초승달에 연이어 그렸습니다. 둥글고 시원스런 이마 보송보송한 솔 털 가지런하게 자란 까만 눈썹과 반짝이는 까만 눈동자 도톰한 입술 위에 내 마음의 하트를 그렸습니다. ― 장편소설 왕대추 중에서
잔느는 모딜리아니를 사랑했다 엄원용 긴 목으로 꿈꾸는 듯이 바라보는 저 고독한 눈빛 잔느는 사랑하는 사람을 이렇게 텅 빈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푸른 눈빛으로 애수에 잠긴 표정으로 사랑을 애절히 갈구하고 있는 그녀의 눈에는 처절한 고독이 흐른다. 고독 속에 사랑의 강물이 흐른다 강물은 고독을 낳고 고독은 다시 죽음을 불러왔다. 모딜리아니는 알고 있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그 사랑이 죽음보다 더 애절하게 느껴질 때 그 서러운 영혼의 고독 속에서 꿈꾸듯이 그를 바라본...
아프게 피는 꽃잎 엄원용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가슴에서 피어나는 고운 꽃잎 사랑은 늘 고독하고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서러운 것 아프게 피는 꽃잎은 더 아름답고 꽃술에 풍기는 향기는 더 짙어라. 아름다운 사랑은 곱게 갓 피어난 꽃잎이 애절하고 붉고 짙게 물들어가는 것이다.
사과 깎기 엄원용 사각 사각 사각… 밤새 내린 흰 눈을 밟고 누가 오시는가 보다. 새벽에 내린 눈은 아삭 아삭 소리를 내지. 포근한 겨울이면 아이들은 그 소리가 좋아서 뛰놀며 발자국 소리를 일부러 낸다. 사각 사각 눈을 밟고 와서 푸른 스카프를 풀고 흰 눈을 털며 현관에 들어서는 그녀의 몸에서는 늘 사과향기가 났다. 사각 사각 사각 … 깎아놓은 사과를 씹으면 입안에서는 아삭 아삭 그녀의 발자국 소리가 난다. 오늘 아침에도 사과를 깎는다. 밤새 내린 흰 눈을 밟고 누가 오...
다들 모를 거예요 양봉선 남들은 쉽게 말을 하지요 언제나 밝은 모습 보기 좋다고 하지만 다들 모를 거예요 밤마다 웃는 연습 한다는 것을
별이 되고 싶다 안재동 별이 되고 싶다 살아서 별이 되고 싶다 언제나 너의 눈을 볼 수 있는 맑고 초롱한 별이 되고 싶다 별이 되고 싶다 죽어서도 별이 되고 싶다 언제나 나의 모습 보여주는 밝고 선명한 별이 되고 싶다 너는 그런 나의 별이 되고 나도 그런 너의 별이 된다면 나와 너의 반짝이는 사랑이 별처럼 고귀할 수 있다면 별이 되고 싶다 저하늘의 별이 되고 싶다 너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에 항상 서 있는 별이 되고 싶다
아내의 맨발 심홍섭 아내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 눈물이 앞을 가리고 민망이 앞을 가리고 부르튼 맨발이 앞을 가립니다 군림이 아니라 사랑을 교만이 아니라 겸손을 부끄러운 삶을 씻어내며 가장으로 죄스러움도 씻어냅니다 아! 그렇구나 살면서 나는 한번도 이렇게 아름다운 부르튼 발을 본적이 없습니다
선線 심재기 누군가의 線이 하늘을 가두고 나를 가두고- 잠자리 두어 마리 풀어 놓으면 그림이 된다. 무채의 허공에 선율旋律이 된다. 제법 투명한 구슬픈 그림 바람이 된다.
겨울들녘 심재기 외로움 덧칠하는 허수아비 긴 그림자 이삭 줍던 참새마저 포르르 포르르.
황태덕장 澐海 송귀영 눅진한 덕을 맨 채 설한풍 끌어안고 서서히 말라가는 한때풍진 살찐 몸매 단단히 엮인 가닥에 별미로 숙성한다. 대양을 누빈 혈기 왕성히 살아 뛰던 아련한 그 기억이 그물코에 걸린 순간 뭉클한 먼별의 눈물 훔치며 말라간다. 죽어서 뒤 살아난 시린 속내 헤아리며 비릿 내 끌고 오는 짠맛 짙은 푸른 파도 언젠가 혹한의 족쇄 풀릴 날 기다린다.
허수아비 澐海 송귀영 간 쓸개 다 빼버린 허울의 빈 몸으로 초라히 등살 잡혀 겨운 세상 바라보며 굴레 쓴 껍질을 안고 날짐승을 쫒아낸다. 도려낸 살점들은 모토(母土)에 꽃아 놓고 뒤틀려 휘어진들 허리춤을 곧게 펴서 사는 것 아리송해도 산짐승들 몰아낸다. 숨 고른 초가을에 초심을 잃게 되면 벼이삭 죽정 되어 한숨짓는 농부근심 이 한 몸 번을 굳게 서 한시름을 덜어본다.
햇살풀이 澐海 송귀영 못 지킨 피돌기에 깡마른 등뼈마디 어둠을 젖뜨리는 몽니 튕겨 꼬나물면 매몰된 녹슨 햇살에 마디마디 삭는다. 저문해 낮은 숨결 하얗게 사위어간 날 세운 벼린 이빨 쭈글쭈글 마모될 때 여울목 빠진 햇살에 뿌리째로 바랜다. 꼭꼭 쥔 주먹 안에 웬 속셈 감추고서 부풀린 저 몸짓을 바싹 당겨 비틀어 맨 등걸이 비낀 햇살에 실눈섭이 감긴다.
지하철 낭인(浪人) 澐海 송귀영 하루를 서성이는 야속한 생의무게 슬픔도 쫒지 못한 감아드는 시달림에 양수로 흘린 눈물이 소매 깃을 적신다. 촉감은 확연하게 선회의 촉을 뽑아 심란한 생의 땅에 깃발 세워 지탱한 헐(穴) 손쉽게 채굴한 소름 감춘 날이 어둡다. 굳은 뺨 낯가림의 파리한 저 모습들 삼켜서 넘기기엔 너무나도 목이 아려 노약 석 기대앉아서 마른침을 삼킨다.
월영소곡(月影小曲) 澐海 송귀영 먼 그날 빈가지에 뿌렸던 한숨인들 명치끝 아린숨결 산 뿌리에 부려놓고 허공에 걸친 다리를 하염없이 걷고 싶다. 곰삭은 그리움을 절절히 품어 안고 결 곱게 속살 빚은 황홀한 빛 영글어서 한없이 넋을 키운 뒤 등짐 벗고 눕고 싶다. 외로움 되잡히어 단죄했던 슬픈 밤에 바람은 향기 훔쳐 맨 도는 허공으로 중천에 뜬 달덩이를 머리감고 보고 싶다.
어머니 젖가슴 澐海 송귀영 칠남매 빨아 먹은 축 처진 야왼 모습 유두 끝이 바싹 말라 주름으로 맺히는데 한 세월 빈 젖을 물려 쪼그라든 그 젖가슴. 기억도 나지 않는 안개 속 아득한 날 베적삼 헤적이며 젖을 찾던 젖먹이 때 그 세월 지난 그리움 본능으로 쌓이네.
야국(野菊) 澐海 송귀영 비워낸 들녘 길섶 외롭게 향기 품어 계집애 요념 같이 입술처럼 도톰하게 요적(寥寂)한 끈질긴 인내 농한 맛을 피어낸다. 자태를 뽐내려고 겹도록 견뎌오며 지난날 열정모아 저리 곱게 피는 것은 늦가을 못다 핀 꽃대 향내 담아 다시 핀다. 찬바람 손살 같이 둔덕을 넘나들고 손등엔 파란힘줄 현기증에 서성이며 햇빛에 영롱한 꽃술 투명하게 매달린다.
작가로서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그 무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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