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정선규 도심 속, 흐르는 개울가를 따라 먹구름이 앉더니 바라보는 눈을 흐리며 하늘 비는 엮어 도심은 어둠의 장막을 친다. 아, 해님 웃던 해맑은 개울가 푸른 사랑의 빛이여 네 없는 빈자리, 네 사랑 가늠하는 초여름의 소낙비는 높은 뚜껑 덮어 놓고 장독 속 얼마나 물을 들이부었는지 넘치는 얼룩은 자국을 남기려는지 정말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날카로운 감 따는 장대를 들어 살짝 하늘을 건드리면 터져 내릴 것인 듯한 급한 감성의 마음은 빗 설거지에 여념이 없다.
늦가을의 산사 이효녕 까마득한 하늘 한쪽 비우려 잎사귀 한 잎 한 잎 모두 떨어트린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 무명(無名)의 어둠 건너가는 얼굴 내민 초승달 계곡물 흐르는 물결 따라 세속 찾아 흩어지는 목탁 소리 부처가 되려는 법당의 스님 한 분.
봉숭아꽃 앞에 서서 이효녕 가는 세월 잊으려 봉숭아꽃잎 앞에 서니 손톱 곱게 물들이며 오가던 지난 어린 시절 꽃빛은 어제와 다름없네 올해도 봉숭아꽃 울밑에 활짝 피었는데 어디론가 떠나가 보이지 않는 지난 세월 추억 어린 그리움만 내 가슴 붉게 물들이네.
꽃이 피어나는 동안 이효녕 꽃이 피어나는 동안 빛깔이 황홀하여 눈 감을 테니 그대 그리움 오가는 꿈길이 되어라 그대 위한 모든 향기 꽃빛이 넘치는 아름다운 미소 내 마음의 꽃이 피기까지는 천 년의 이쪽과 저쪽에 놓을 사랑의 향기에 젖은 그리움이 되어라 인생도 깊어지면 그리움을 묻을 가슴도 때로 필요하다.
물의 노래 이찬용 물처럼 살아라 한다 맛도 모양도 없는 물과 같이 살아라 한다 아래로 아래로 밑으로 밑으로 머리사 마냥 수그리고 밑으로 밑으로 아래로 아래로 시궁창 하수구 별의별 험한 곳 가리지 않아 눈곱만큼의 자존도 없다 세모면 세모 네모면 네모 둥글면 둥근 대로 온갖 몹쓸 것 다 싸안고 때로 흉흉한 소용돌이 천 길 폭포수 산산이 부서지는 아픔 그러나 몇 만 년을 숲은 역시 푸르르고 바다의 가슴은 넉넉하다 물과 같이 살아라 한다 모양도 맛도 없는 물처럼 살아라...
잃어버렸습니다 이정님 잃어 버렸습니다. 잃어버릴 것이라도 있어 행복합니다.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다가 길을 나섭니다. 돌과 돌이 끝없이 잇대어 돌담을 끌고 갑니다. 돌담은 문을 굳게 닫은 그대로 길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새로운 아침으로 통하고 있었지요. 돌담을 더듬던 눈에 눈물이 고여 고개를 들어 보니 하늘은 부끄럽게도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은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자꾸 이 길을 걷는 것은, ...
정상 없는 산 신송 이옥천 시인은 절차탁마의 길 걷는 나그네다 자기(磁器)는 가마 용검은 마룻대가 대도의 발판이다 설한풍 몰아쳐도 인고의 절차탁마만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이다 높고 가파른 정상 없는 산 시인이 걷는 길이다.
아직 멀었다 신송 이옥천 풋내 난다 이제는 색깔이 드는가 했는데 풋내는 여전하다 요즈음은 좀 익었나 했는데 비린내 새파랗다 언제 익으려나 날마다 달려도 아직 멀었다.
시련의 척도 신송 이옥천 잴 수가 없다 얼마나 아파야 눈물이 나는지 측정할 수가 없다 얼마나 뜨거워야 애가 타는지 척도 가늠할 수 없다 그리움이 몇 도가 되야 콧물이 흐르는지 시련은 채일까 고통은 천형일까 사무친 몸부림에 첫 닭이 운다.
비는 내리고 신송 이옥천 목숨 걸고 지켜온 아담한 집 수마는 사정없이 할퀴어가고 잡초만 무성한 찬바람 들녘 멍든 지체에 진눈깨비만 친다 뜨락 쌓고 움막 짓길 열손가락 배접 칭칭 동여매고 혈한으로 쌓은 탑은 어디로 찬비 내리는 벌판 홀로 걷는다.
회갑 原松 이병두 늦봄에 만나 초겨울 되고 보니 만감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빽빽한 안개 거센 태풍 견디고 마주보고 있어 행복합니다. 당신과 손잡고 함께한 세월 잘 익은 포도송이 같아요. 저 비단구름 저 보름달 좀 봐요 우리부부 모습같이 환상이네요 서산노을지기까지 잡은 손 풀지 말아요. 여보, 사랑합니다. 당신의 회갑을 축하합니다. 이병두 시, 이종록 곡, M-Sop 최경아, Piano 박성희 이병두 시, 이종록 곡, Bar 송기창, Piano 이선희
할아버지 강(祖江) 原松 이병두 남한강북한강 두 물 굽이굽이 돌고 돌아 양수리서 만나 아리수 되어 둥실 두둥실 서해가기 전 임진강 예성강물 만나는 곳 조선시대 꽃구름 불야성 할아버지 강 할아버지 강 한민족 애환달래 주며 오가던 세곡선 조상의 숨결이 이 가슴에 고동을 친다 인적 끊겨 이름마저 잃은 한 서린 할아버지 강 꽃바람마시며 즐기는 철새 벌 나비처럼 뱃놀이 고기잡이 즐겨라 남북의 강물은 날마다 두 번 세 번 만나 물에 새긴 글 흘린 눈물 얼마인줄 아느냐 평화통일 되라며 서해로 ...
은퇴 原松 이병두 완행열차 탄줄 알고 60여년 아침저녁 노을 벗 삼아 은퇴 역에 와보니 고속열차였었네 고단했던 현직 떠나 현직을 떠난 자유로운 몸 일자리 없어도 일거리 있어 행복하다 백세시대 평생현역일 순 없어 은퇴 후의 새일 위하여 병든 세상 탓하지 말고 인생설계사 되라 철 밥통 우그렁쭈그렁 불로초 늙는 길 막을 수 없지만 지는 꽃 지는 꽃의 아름다움 보여주리라. 이병두 시, 이종록 곡, Bar 권용만, Piano 이선희 이병두 시, 이종록 곡, Sop 최윤정, Piano 이선희
사랑나무(연리목) 原松 이병두 비바람에 흔들려 사는 나무 나무들 두 나무껍질 벗고 한 몸 되었다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 이루기까지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 그 얼마나 힘들었을까 햇빛 부서지는 낮에 사랑 맺었나 별빛이 흐르는 밤에 사랑 맺었나 가를 수 없는 천생연분 사랑나무 새소리 들 향기에 취해 춤추는 나무 그대 내 사랑 연리 연리목 사랑나무 지난날 아픔 털고 행복하게 합시다. 가를 수 없는 천생연분 사랑나무 새소리 들 향기에 취해 춤추는 나무 그대 내 사랑 연리 연리목 나무처럼...
부부 原松 이병두 사랑하는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꽃 중에 꽃 목화 꽃을 보는 듯 설레어 당신을 내 사랑 만들었어요. 사랑하는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목 중에 목 버팀목을 보는 듯 좋아서 이 몸을 당신께 기대었어요. 손잡고 가는 인생여정 웃음 반 눈물 반 (으음) 사랑표현 다 못해도 사랑앵무새 부럽지 않아 비바람에 버팀목 흔들 흔들리고 하얀 목화 송이송이 흰 구름 따라가지만 변함없는 기러기사랑 오늘도 행복합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은 사람 내 사랑아 형제자식 하나둘 떠나고 이웃...
구름이 하는 말 原松 이병두 하늘의 얼굴 구름아 우리는 스스로 살 수 없어 천기 따라 흘러가는 친구야 내말 좀 들어 보려무나 비단옷 입고 가는 곳 어디냐 덕담이나 한마디 전해다오 (반복) 저 구름 구름이하는 말 인생살이 탓하지 말고 아픔달래며 즐겁게 살아라. 정답도 해답도 없는 얽히고설킨 세상살이 얼크렁설크렁 웃으며 살아라. 인생은 가는 곳 따로 있으니 어영부영 하지 말고 구름처럼 힘차게 살라고 한다. * 이병두 시, 이종록 곡, M-Sop 황혜재, Piano 김윤경
고희(칠순) 原松 이병두 물방아 돌고 돌아 야생화 피고지고 구름처럼 강물처럼 흘러가는 인생 올올고봉 칠봉 산에 올라 추억하니 젊은 날 애환 견디고 살아있어 기쁘다 아직 뜨거운 가슴 사랑도남아 있어 임과 함께 즐거운 여행 콧노래 (으음) 백세시대 철들자 망령들세라 (후우) 눈물 꽃 지고 웃음꽃 피어라 눈물 꽃 지고 웃음꽃 피어라 누가 뭐래도 인생 칠십부터이다 그 누가 뭐래도 인생 칠십부터 라고. * 이병두 시, 이종록 곡, Sop 김신혜, Piano 김윤경
달래강 이영지 하나님 달래요 오 그림자 달래요 오 진달래 언덕에서 달맞이 피리 불며 달래강 무지개 그림 하도고와 달래요 하나님 달래요 오 부끄럼 달래요 오 연달래 언덕에서 연분홍 가리개로 달래강 달래 달래요 하도 깊어 달래요
저무는 산문(山門)에서 이수정 기울어진 햇살 아래 상처 같은 한 줄기 오솔길 숨겨 안고 한 필 명주 빛으로 눈부신 가을 산을 길 잃은 갈색 갈바람처럼 서성이다. 하늘의 마른 핏줄인가 헛헛한 나뭇가지 사이 눈길 주면 아픈 추억 하나쯤 뉘 없으리요만 누구나 그 중 제가 제일 아프다지만. 부챗살 펼쳐든 수풀 서걱 이며 그대 이리로 오시는 듯 자꾸만 내게로 얼비쳐 오는 그림자 하나……. 해는 이내 산 너머 가고 땅거미 내리는 가을 山門에 서서 혼자서 되뇌는 마음의 말. 그대 지...
무화과 이기은 무량대수의 시간 꽃은 봄처럼 피고, 꽃은 가을처럼 지고 계절은 조금의 숨참도 없이 오고 가거늘 꽃 한 번 피우기가 천 년을 살기보다 힘들어 끝내 피우지 못한 단심(丹心) 앙가슴에 품은 채 푸른 보자기로 싼 절규 그것이 꽃인 줄 끝내, 알지 못하고 떠났다.
작가로서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그 무엇 !
한국작가박물관.com | 작가박물관.com
서울시 구로구 경인로 393-7, 일이삼전자타운 2동 2층 52호. ☎ 010-5151-1482. poet@hanmail.net
(since 2019.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