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2 (일)

내 꿈은 이카로스 날개가 아니다 (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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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내 꿈은 이카로스 날개가 아니다 (전자책)

내 꿈은 이카로스 날개가 아니다 
노상흡 수필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겨우내 검고 거칠던 나목에 바람이 든다. 방향과 강도에 따라 나무와 풀들이 한들한들 살랑살랑 부드러운 리듬을 타면 색과 모양과 크기가 변한다. 형체도 빛깔도 향기도 없는 바람에 우직하고 무심한 내가 감미로운 기운을 감지하고 인식해서 감동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부드럽게 남의 마음을 움직이는 바람이 부럽다. 나도 내 마음을 남들과 공감하고 싶어 글을 쓰는 것은 아닐까. 유시민 작가는 “말은 글의 초고와 같다”라고 한다. 말로는 상대를 움직이기 전에 나부터 흥분하는 경우가 많다. 들어주는 사람이 귀 기울이지 않고 관심 두지 않을까 봐 중언부언 횡설수설하다가 알코올중독에 빠진 사람처럼 자신에게 취해버린다. 가장 가까운 지인이 말해줬다. 상대 뜻을 헤아리지 못한 채 직설적으로 쏟아낸 표현이 태풍처럼 상처를 줄 수 있다. 그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긴 세월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 삶을 괴롭힐 것이라고.
   매섭게 충고해 준 또 하나는 첫 수필집이다. 맏이인 첫 수필집을 다시 읽으면서 아쉬움이 많았다. 그때는 외면당하고 홀대받을까 봐 말이 길었다.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자꾸만 옛 사자성어나 속담을 꺼내서 아는 척했던 것 같다. 읽어준 사람은 맛없는 음식 먹듯 물렸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가능한 넋두리 없게. 짧은 문장으로 쉬운 단어로 쓰자. 우울하고 절망적 표현을 볼 때면 나조차 고통스럽고 지루했었다. 신선하고 달짝지근한 글들을 체화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고 세월만 흘러버렸다.
   두 번째 수필집은 마음에 들 때까지 미뤄두기로 했다. 글은 말과 달리 한 걸음걸이를 두고 생각을 펼칠 수 있다. 써놓은 글이 마음에 안 들면 바꾸고 지우고 덧붙여도 탓할 사람이 없으니까. 발표하기 전 거짓이나 위선을 부리지 않았나 실수한 곳을 찾고 검증하면서 내 감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했다. 글을 바로잡는 순간은 아이들 키울 때처럼 온 마음을 다했다.
  글이 오래 묶으면 시들어진 과일처럼 과즙도 윤기도 없어진다고 출간을 권하는 문우도 있었다. 군더더기 없이 정제된 언어로 순산을 기다리는 중에 마음에서부터 봄이 왔고 봄바람을 핑계로 둘째 수필집이 탄생했다.
  첫째 수필집과 터울은 길었어도 지력과 내공 부족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않았다고 인정하지만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다. 곱던 부족하든 내 영혼의 자식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만으로 기쁘고 행복하다. 그 탄생의 환희를 누구와 나누고 싶다는 소망은 바람처럼 조용히 살짝 전해야겠다.
 이 글을 준비할 무렵 송홧가루가 가정마다, 동네 골목, 냇가, 강가, 가장자리를 노랗게 물들인다. 송홧가루야 너 어찌 바람 없이 멀리멀리 날아갈 수 있었겠냐. 너의 임무는 소나무 존재를 알리는 것 아니겠니.

― <머리말>   


     - 차    례 -    

저자의 말 

제1부 지독한 산골짝 내 고향 
지독한 산골짝 내 고향 
양금택목 
만병통치약 
달덩이 같은 붕어빵들 
후손들 
아름다운 순간은 기억되어야 한다 
수월해진 길 
아를의 여인  

제2부 그 후
참새와 제비 
성채 
관심 사려고 
그 후 
처음 만난 남자 
이카로스 날개 
특효약 
빨래터 

제3부 등나무와 칡덩굴에 물어 무엇하리
얼굴 
등나무와 칡덩굴에 물어 무엇하리 
논픽션 
당신이 잘못했잖아 
냄새 
말빚 
지금 아버지 밥숟가락 속도는 
어처구니없는 맷돌 

제4부 정신 차려
또 다른 가족  
2020년 여름 
울면 안 돼 
정신 차려 
이것은 어때 
정원에 너를 심어 두고 
예상 못 했던 일들 
다행이라고? 
권력의 잣대 

제5부 갑부 할머니
강을 건넜다 
간격 
나는 안다 
페르소나 
나는 죽으러 가고 
그때는 살아 있었다 
뿌리 
채무자들 
갑부 할머니 



[2024.09.10 발행. 186쪽. 정가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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