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3 (월)

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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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노래

이찬용-물의 노래.jpg

 

물의 노래


이찬용

 

 

물처럼 살아라 한다

맛도 모양도 없는

물과 같이 살아라 한다

아래로

아래로

밑으로

밑으로

머리사 마냥 수그리고

밑으로

밑으로

아래로

아래로

시궁창

하수구

별의별 험한 곳 가리지 않아

눈곱만큼의 자존도 없다

세모면 세모

네모면 네모

둥글면 둥근 대로

온갖 몹쓸 것 다 싸안고

때로 흉흉한 소용돌이

천 길 폭포수

산산이 부서지는 아픔

그러나 몇 만 년을

숲은 역시 푸르르고

바다의 가슴은 넉넉하다

물과 같이 살아라 한다

모양도 맛도 없는

물처럼 살아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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