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3 (월)

잃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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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렸습니다

이정님-잃어버렸습니다.jpg

 

잃어버렸습니다


이정님



잃어 버렸습니다. 

잃어버릴 것이라도 있어 행복합니다.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다가 

길을 나섭니다. 


돌과 돌이 끝없이 잇대어 돌담을 끌고 갑니다. 


돌담은 문을 굳게 닫은 그대로 

길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새로운 아침으로 통하고 있었지요. 


돌담을 더듬던 눈에 눈물이 고여 

고개를 들어 보니 

하늘은 부끄럽게도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은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자꾸 이 길을 걷는 것은, 

다만, 

잃어버린 나를 찾는 까닭입니다.












 

                    작가로서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그 무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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