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3 (월)

나의 시비(詩碑)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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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비(詩碑) 앞에서

손용상-나의 시비2.jpg

 

나의 시비(詩碑) 앞에서


손용상



魂이 肉身을 떠나면

이제 갈 데는 여기가 될 것이다 


일 년에 몇 번 아이들이 와주면

아내와 함께 나는 얼마나 반가울까

 

딸애가 혹 몸이라도 야위였다면 

나는 그녀의 뺨을 살그머니 한 번쓰다듬어 볼 것이고

또 손주들에겐 ‘한 번 안아 보자’고 속삭일 것이다

 

아이들이 떠난 후 혼자가 되면

훌쩍 옛 집으로 날아가

서재의 책들도 한 번 훑어보면서

 

제 어미 몰래 

칭얼대는 손주 녀석 고사리 손 꼭 잡아 

소곤소곤 옛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고

 

소리 없이 날아 가

마당에서 흔들리는 나무 가지 위 

새집 속 알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가만히 잡아줄 것이다.

 

그래도 잠을 못 이루면 

신발 찾아 신고 구천(九泉)으로 달려가

한참 전에 먼저 가신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












 

                    작가로서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그 무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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