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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의 여운, 각인의 자각 / 심의섭 수상록 (전자책)

기사입력 2023.07.0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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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벽의 여운, 각인의 자각 
    심의섭 수상록 (전자책) / 바로이책 刊  


      우리네 생활이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다 보면 언제든 알 맞는 속담이 있다. 속담은 우리의 선생이다. 누구나 우쭐하거나 잘난 척할 때면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을 못 한다’고 한다. 경솔(輕率)하거나 시건방 떨 때 들으라는 이야기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안 흔들리고, 썩어도 준치라는 말도 있다. 개인은 물론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김삿갓은 얼마나 많은 삶의 교훈을 우리에게 남기고 떠났는가. 나를 따라오는 그림을 보면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 것이다. 그 느낌은 자신만의 것이다. 그림은 그저 존재할 뿐이다. 예민한 사람은 아마 그림과 이야기도 나눌 것이다.
      나는 분단국가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 한평생을 살아왔다. 자유와 경쟁을 최고의 가치로 알면서 밀려오고 밀려갔다. 세상이 다 그런 줄 알았다. 아직도 그러한 세뇌의 후유증도 모르면서 나날이 개돼지라는 비아냥 거리가 되는 것 같다. 냉전 시대가 무너지는 격변기 초기에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러시아, 중앙아 국가들을 가 보았다. 그때의 충격과 추억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들을 제1부 ‘붉은 장벽의 여운(餘韻)’에서 정리해 보았다 현재 북한과의 국경인 압록강 하구에서 압록강 강변을 따라서 백두산 천지까지 갔다가 두만강 하구까지 중국과 러시아 쪽 길을 따라가면서 생경(生硬)하게 느낀 바가 많았다. 하바롭스크에서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시베리아 열차도 타보았고, 바이칼 호에서 헤엄도 쳐보았고,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동포인 고려 사람들을 만나 보았다. 몽골도 많이 다녔다. 장벽을 넘어가 보면서 그들의 자존심과 민족의식 앞에 우물 안 개구리의 우쭐함과 같은 느낌에서 충격으로 각인된 흔적을 모아서 묶어 놓았다.
      제2부 ‘각인(刻印)의 자각(自覺)’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을 꼼꼼하고 조곤조곤히 생각해 보았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지식이고, 상식이라 생각했던 것을 따져 보았다. 잘못 알았던 것은 바로잡고 그 까닭도 생각해 보았다. ‘모르는 것은 손에 쥐어 줘도 모른다.’는 속담처럼 우리는 하찮게 보았던 것이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고정관념으로 각인된 것을 지혜이고 상식인 줄 알아 온 것들은 마치 구부러진 나무의 상처와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나무는 하늘을 보며 자란다.
      제3부 ‘정치와 과학의 미련(未練)’에서는 정치가 과학에 미치는 영향, 과학이 정치에 편승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정치와 과학이 서로 만남과 헤어짐이 있더라도 과학은 발전한다. 시간이 지나면 미련도 사라질까? 아니다. 그러한 사례가 한두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나타난다. 비록 과학이 정치에 희롱당하고, 정치와 종교의 판정승이 선언되더라도 과학은 역사의 흐름에서 기억으로 간직하고 전진한다. 김봉한의 경락설, 황우석의 줄기세포, 김순권의 옥수수, 리센코의 춘화처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제4부 ‘새 나라의 어린이의 편상(片想)’에서는 나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면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몇 가지 골라서 모아 보았다. 기억이 희미한 것은 더 멀어지기 전에 남기고 싶고, 기억이 또렷한 것은 왜 그런지 나름대로 파헤쳐 보고 싶었다. 언제인가는 누군가가 거들떠보기를 기대하면서 요점이라도 정리해 보고 싶었다. 비록 몇 꼭지 회상의 조각(片想)이라도 비슷한 사례는 독자들도 나름대로 생각에 젖어 볼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구슬의 종류나 분량은 필자인 내 자신의 것이고, 분류의 기준도 내가 마련한 것이다. ‘바늘허리 매어 못 쓴다’는 말이 있다. 내 자신의 착오, 편견과 사시(斜視)도 오로지 나의 것이므로 바로잡겠다는 마음도 늘 간직하고 있다. 이 책이 나오도록 도움을 준 내 친구들과 출판을 맡아주신 바로이책 안재동 주간님께 감사드린다.

    ― <머리말>  


      - 차    례 -        

    머리말 

    제1부  붉은 장벽의 여운
    1. 눈에 밟히는 두만강 
    2. 두만강 말모이 
    3. 두만강 붕어회 
    4. 모든 것이 상품이었네 
    5. 남대문 문지방 
    6. 할 말 많은 압록강과 두만강 
    7. 두만강과 토자비 
    8. 소련의 고려사람 
    9. 몽골의 5축과 쐐기풀 
    10. ‘사람이 아님’이라는 이름 

    제2부  각인(刻印)의 자각(自覺)
    11. 에스키모들의 늑대사냥 
    12. 니체와 마부, 펄 벅과 농부, 잇사와 파리 
    13. 까치밥과 타인능해 
    14. 삼국유사, 400년의 깊은 잠 
    15. 을지로 3가역, ‘천적’의 여운 
    16. 을지로 3가역, 허준의 근심 
    17. 메기효과와 신설동 곰보추탕 
    18. 현수막인가 횡단막인가? 
    19. 구로다후꾸미와 귀향기원비 
    20. 제2의 중동 붐을 위한 제언 

    제3부  정치와 과학의 미련(未練)
    21. 김봉한의 경락설, 소광섭의 프리모관계 
    22. 김봉한과 황우석의 영광과 몰락 
    23. 김순권 옥수수 박사도 정치질을 당했었다 
    24. 리센코의 그루터기 새 움 

    제4부  새 나라의 어린이 편상
    25. 세살노래, 여든까지 간다 
    26. 어깨 넘어, 밥상머리 교육 
    27. 잘못 던졌시유 
    28. 귀에 박힌 고무줄 노래 



    [2023.07.10 발행. 248쪽. 정가 5천원(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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