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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렸습니다

기사입력 2022.01.1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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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님-잃어버렸습니다.jpg

     

    잃어버렸습니다


    이정님



    잃어 버렸습니다. 

    잃어버릴 것이라도 있어 행복합니다.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다가 

    길을 나섭니다. 


    돌과 돌이 끝없이 잇대어 돌담을 끌고 갑니다. 


    돌담은 문을 굳게 닫은 그대로 

    길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새로운 아침으로 통하고 있었지요. 


    돌담을 더듬던 눈에 눈물이 고여 

    고개를 들어 보니 

    하늘은 부끄럽게도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은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자꾸 이 길을 걷는 것은, 

    다만, 

    잃어버린 나를 찾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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