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저무는 산문에서

기사입력 2022.01.17 14:03

SNS 공유하기

fa tw gp
  • ba
  • ka ks url

    이수정-저무는 산문에서.jpg

     

    저무는 산문(山門)에서


    이수정



    기울어진 햇살 아래

    상처 같은 한 줄기 오솔길 숨겨 안고

    한 필 명주 빛으로 눈부신 가을 산을

    길 잃은 갈색 갈바람처럼 서성이다.


    하늘의 마른 핏줄인가

    헛헛한 나뭇가지 사이 눈길 주면

    아픈 추억 하나쯤 뉘 없으리요만

    누구나 그 중 제가 제일 아프다지만.


    부챗살 펼쳐든 수풀 서걱 이며

    그대 이리로 오시는 듯

    자꾸만 내게로

    얼비쳐 오는 그림자 하나…….


    해는 이내 산 너머 가고

    땅거미 내리는 가을 山門에 서서

    혼자서 되뇌는 마음의 말.


    그대 지금 어디 가 계신지

    잠 편히 잘 계시는지

    정녕 언제쯤 다시 올수 있으신지.


    올가을도 저 혼자 저리 깊어만 가고

    가슴속 깊이 새겨지는 아린 길 하나.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