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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그 포스트모더니즘 / 김은자 (USA)

기사입력 2022.01.0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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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자-청춘.jpg

     

    청춘, 그 포스트모더니즘   


    김은자 (USA)



    푸른 잎사귀 같은 얼굴이 어둠을 돌아

    내게 오는 밤이면

    나는 멀고 긴 이름 하나를 꺼내 닦는다 


    불 꺼진 이마에 별이 켜지고

    축제의 밤 폭죽처럼 터지는 목련


    꽹과리 소음 속에서 청춘이 입술을 훔친다


    긴 머리칼이 그의 어깨에서 출렁일 때

    산 뒤에 숨어 꽃 그림자였던 달빛

    그 불속에 우리는 구멍을 뚫었다

    한쪽 날개가 타면 마지막 남은 날개로

    광야를 유랑하는 나비처럼 무너지고 

    새 살이 돋아나고

    낙엽처럼 뒤척이면서


    무덤에서 뛰놀고 

    무덤에서 만나고

    무덤에 몸을 던져

    어둠을 지저귀던 고독의 이름들


    말하지 마라


    비처럼 내린다


    숨도 쉬지 마라

    떠들지도 마라


    청춘이 고요를 핥으며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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