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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역의 기억, 영토의 변경
심의섭 수상록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이번에 곰곰이 생각하는 것들은 주로 ‘강역(疆域)의 기억’과 ‘영토의 변경(邊境)’ 문제에 비중을 두었다. 무릇 역사를 보면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흥망성쇠를 겪었다. 아무리 강국이라도 결국에는 망하였다. 대개가 국운이 상승할 때는 한 민족을 중심으로 뭉치든가 다른 민족을 흡수하여 강력한 국가를 만들었다. 망하는 나라들은 언제든지 내부 분열이나 외부의 영향으로 망하면서 분할되었다. 동일 민족이나 이민족들의 이합집산에 따른 것이었다. 민족이 뭉치고 모아지면 국가는 융성해지고 제국을 형성했다가 종국에는 백성도 흩어지고 나라도 분할된다. 이러한 역사는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반복된다. 국가뿐 만이 아니라 우리네 인간사에서도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가 된다. 한때 잘 살면 한때 못 산다는 것처럼 국가의 흥망성쇠도 크게 다른 것 없다.
우리를 되돌아보아도 건국 초기 이승만 대통령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하여 국민의 단결을 호소하였다. 이승만은 광복 직후 1945년 10월 16일 귀국하여 이튿날 라디오 방송에서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는 말을 명심하자고 하였다. 1950년 10월 평양 탈환 시민대회서도 호소한 바 있다. 이 말의 원전은 이솝(Aesop) 우화라든가,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을 비롯하여 많은 지도자들이 한 말이다. 그러나 어느 말이든지 적시적소가 있기 마련이다. 이 말에 대한 경험적 역설도 있는데 민주화 운동이 한창일 때 데모를 하다가 경찰이 잡으러 오면 모두 흩어져 달아났다. 따라서 이때에는 “뭉치면 잡히고 흩어지면 산다.”라는 말이 유행했고, 코로나19 시대에는 ‘모이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라는 역설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역사상 제국의 흥망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역사에서도 고구려 광개토대왕 시대 광활했던 강역이 연개소문 집안의 형제들 갈등으로 고구려가 망하면서 우리의 강역은 3분 되었고, 아직도 남북 분단과 대결의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땅과 사람은 그대로지만 지배 종족은 바뀌고 있다. 그래도 끈질긴 우리 민족의 DNA는 잃어버린 강역의 안개를 기억하고 더듬어서 영토를 회복하자는 꿈을 가꾸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꿈을 자승자박하는 올가미도 엄연히 존재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영토는 조약, 매입 그리고 정복 등을 통해 항상 바뀔 수 있는 개연성을 배제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토를 헌법에 명확하게 규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제헌 당시의 특수상황에서 북한 지역이 우리의 영토임을 천명하고,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함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 민족의 국토를 한반도로 확정하여 영토적 야심이 없고, 방어적 의미가 부각되는 수동적 헌법 조항으로 해석될 수 있다. 헌법 3조는 미래의 우리 영토의 범위를 한정하여 고토 회복 등의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의 영토 의식을 압록강과 두만강 이남으로 가두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인 조항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인 발해의 강역이나 간도 회복의 가능성을 막아놓고 한국인의 영토 의식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조항이다. 따라서 헌법 3조는 폐기되거나 수정되어야 하고, 현행 헌법에서 영토조항을 규정하기보다 하위 법령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비구장(brunch)의 주장도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다져야 할까? 일본산 비단잉어인 ‘코이(鯉)’가 생각난다. 이 물고기는 작은 어항에다 기르면 5~8cm 밖에 자라지 않지만. 커다란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두면 15~25cm까지 자란다. 그리고 강물에 방류하면 90~120cm까지 자라게 된다. 같은 물고기지만 어항에서 기르면 관상어가 되고, 강물에 놓아두면 대어가 되는 신기한 물고기이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코이의 법칙(鯉の法則, コイの法則, 金魚鉢の法則)이라고 한다. 이러한 코이처럼 주변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지듯이 사람도 환경과 교육에 따라 엄청난 능력과 결과의 차이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고이의 법칙에서 보듯이 우리 민족도 꿈을 크게 간직하고 민족의 얼을 잊지 않고 담대한 교육 환경에서 꿈을 가꾼다면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국가의 흥망성쇠라는 역사는 반복되지만 뿌리와 얼을 잊지 말고 준비하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으로 이 책을 엮어 보았다. 이 책은 7부로 구성되었다. 그중에서 1부에서 3부까지는 우리의 강역과 영토 문제를 생각하였다. 1부에서는 각국의 끊임없는 영토 확장을, 2부에서는 우리나라의 영토 현안문제의 일부를 생각해 보았다. 3부에서는 대마도 이야기를 별도로 다루었다. 나머지 부분에서는 늘 변하는 세상에서 앞날을 위해 지난 세월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받아드린 상식과 사례들을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본 것들이다. 끝으로 이 책을 출간을 기꺼이 마련해 주신 한국문학방송 안재동 주간님께 감사드린다.
― <머리말>
- 차 례 -
머리말
제1부 영토가 확장된다
수상가옥, 인공섬, 해상도시
일본의 영토 확장과 인공섬
중국의 영토 확장과 패권전략
두바이의 부동산 개발
제2부 우리 영토의 더듬이
동북공정과 주은래 총리의 中朝關係 대담
이어도와 파랑초
파랑도에 인공섬을 만들자
DMZ는 생물이다
키프로스의 완충구간과 한국의 DMZ
국민가요, ‘독도는 우리 땅’
제3부 ‘대마도의 날’ 다이제스트
대마도와 쓰시마
‘독도의 날’과 ‘대마도의 날’ 연혁
대마도는 우리 땅, 약사와 통사(痛史)
대마도 되찾기 운동
대마도와 왜구, 돈을 주고 평화를 사다
대마도와 정로환, 동의보감의 나비효과
대마도의 차임벨
대마도의 혐한 짓, No, Japan! No, Korean!
제4부 생각이 바뀌었다
‘고리타분’의 어원을 생각하다
터키탕
튀르키예와 나라이름 고치기
코리안 타임과 IBM
더치페이
무찌르자 오랑캐
흐루시초프의 UN총회 구두치기
제5부 세상은 다르다
삶의 마디와 고진감래
매미의 오케스트라, 신파가 생각난다
베니스 상인과 이슬람의 무이자
메타노믹스와 디지털경제의 한계효용
제6부 세상은 늘 변한다
이승만 대통령 찬가
쌍팔년도 자유중국 항공기 추락사고
미사일의 선잠과 ‘광천지구 무장공비 침투사건’
‘광천지구 무장공비 침투사건’ 현장을 뒤돌아본다
숙녀금고와 여성은행
한국의 제해산고(制海散考)
‘코리올리 힘’ 동반구 무역
장보고와 벽란도
신드바드와 정화(鄭和)
리비아 난민을 생각한다
제7부 곰곰이 생각한다
초코파이와 개성공단
이슬람경제학의 한국 도입
사막의 모래장수
인공폭포와 배롱나무
‘삼전도비’ 앞에 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달스탄 수상록 ①~④ 총 목차
◇총색인
◇색인(수상록 5)
[2023.02.01 발행. 225쪽. 정가 5천원(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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