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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이 있어야 날제
천향미
해운대 백사장에
갈매기 무리가 먹이를 찾고 있다.
슬그머니 다가가 카메라 초점을 맞추는데
새우깡 파는 할머니 파도 같은 넉살로
― 아따, 깡이 있어야 푸드득 날제
밉지 않은 너스레로 내 손에 들려준
새우깡 봉지 속
한 평생 깡으로 살아온
그녀 닮은 등 굽은 새우들
과자봉지 속에서 바스락거리고 있다
새우 한 마리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갈매기 무리지어 몰려온다.
겁 없이 손목에 앉아 발톱으로
깡을 모르고 살던 여자의 손끝
쪼아댄다.
무엇이 이처럼 급박하게 했을까
내 머리 위에는
깡이 끌고 가는
날개 달린 것들의 저녁이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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