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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산문(山門)에서
이수정
기울어진 햇살 아래
상처 같은 한 줄기 오솔길 숨겨 안고
한 필 명주 빛으로 눈부신 가을 산을
길 잃은 갈색 갈바람처럼 서성이다.
하늘의 마른 핏줄인가
헛헛한 나뭇가지 사이 눈길 주면
아픈 추억 하나쯤 뉘 없으리요만
누구나 그 중 제가 제일 아프다지만.
부챗살 펼쳐든 수풀 서걱 이며
그대 이리로 오시는 듯
자꾸만 내게로
얼비쳐 오는 그림자 하나…….
해는 이내 산 너머 가고
땅거미 내리는 가을 山門에 서서
혼자서 되뇌는 마음의 말.
그대 지금 어디 가 계신지
잠 편히 잘 계시는지
정녕 언제쯤 다시 올수 있으신지.
올가을도 저 혼자 저리 깊어만 가고
가슴속 깊이 새겨지는 아린 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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