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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비(詩碑) 앞에서

기사입력 2022.01.1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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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용상-나의 시비2.jpg

     

    나의 시비(詩碑) 앞에서


    손용상



    魂이 肉身을 떠나면

    이제 갈 데는 여기가 될 것이다 


    일 년에 몇 번 아이들이 와주면

    아내와 함께 나는 얼마나 반가울까

     

    딸애가 혹 몸이라도 야위였다면 

    나는 그녀의 뺨을 살그머니 한 번쓰다듬어 볼 것이고

    또 손주들에겐 ‘한 번 안아 보자’고 속삭일 것이다

     

    아이들이 떠난 후 혼자가 되면

    훌쩍 옛 집으로 날아가

    서재의 책들도 한 번 훑어보면서

     

    제 어미 몰래 

    칭얼대는 손주 녀석 고사리 손 꼭 잡아 

    소곤소곤 옛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고

     

    소리 없이 날아 가

    마당에서 흔들리는 나무 가지 위 

    새집 속 알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가만히 잡아줄 것이다.

     

    그래도 잠을 못 이루면 

    신발 찾아 신고 구천(九泉)으로 달려가

    한참 전에 먼저 가신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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