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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산 밀어
초연 김은자
산자락 겨드랑이 피식 말 걸어오면
서산의 살구 빛 노을 한 장이
잠결에 발로 걷어찬
풀 먹인 인견 홑이불 같다
바람이 싣고 와서 거실 한복판에
던지고 가는 듯 선심 쓰는데
울창한 더위가 비비적거려 대고
염치없이 치대며 비켜 날줄 모른다
와룡산 등마루에 구름 세 단 업고 놀면
서울 성곽 길손의 발목 부어오르고
어깨에 땀샘들 덥다고 푸념질 하는 사이
마음만 등산하는 난 사유 한모 베어 온다
날개 짓 모기소리 달팽이관에 걸어와서
낮밤 헷갈린 매미소리 기어 다니면
여름밤 설친 잠에 용의 수다 무르익다
밀어로 글 맥의 여의주 품어 주고
고인 삶이 흘러내린 그늘 꿈을 잉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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