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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산 밀어 / 초연 김은자

기사입력 2022.01.03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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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연김은자-와룡산 밀어.jpg

     

    와룡산 밀어


    초연 김은자



    산자락 겨드랑이 피식 말 걸어오면

    서산의 살구 빛 노을 한 장이  

    잠결에 발로 걷어찬 

    풀 먹인 인견 홑이불 같다 


    바람이 싣고 와서 거실 한복판에 

    던지고 가는 듯 선심 쓰는데

    울창한 더위가 비비적거려 대고

    염치없이 치대며 비켜 날줄 모른다


    와룡산 등마루에 구름 세 단 업고 놀면

    서울 성곽 길손의 발목 부어오르고

    어깨에 땀샘들 덥다고 푸념질 하는 사이

    마음만 등산하는 난 사유 한모 베어 온다


    날개 짓 모기소리 달팽이관에 걸어와서

    낮밤 헷갈린 매미소리 기어 다니면 

    여름밤 설친 잠에 용의 수다 무르익다

    밀어로 글 맥의 여의주 품어 주고 

    고인 삶이 흘러내린 그늘 꿈을 잉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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