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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 타고 물도 타고
김종상 동시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말은 「말씨」라고도 하고 「말씀」이라고도 한다. 말씨는 말의 씨앗이라 언어의 종자(種子)이고, 말씀은 말을 씀이니 언어의 파종(播種)이다. 씨앗은 심어 가꾸기에 따라 수확이 달라진다. 말도 쓰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말이 씨가 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으로
말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밤」을 길게 소리 내면 ‘먹는 과일’이지만 짧게 하면 ‘해가 진 뒤’를 뜻한다. 「방화」란 말도 길게 하면 ‘불을 싸지르는 것’이고, 짧게 하면 ‘불을 끄는 일’이 된다. 같은 말이라도 ‘밥 먹었어?’ 하고 말끝을 높이면 묻는 말이고, 평행으로 ‘밥 먹었어.’ 하면 대답이 된다. 「타다」라는 말은 ‘불이 타다’, ‘물을 타다’, ‘옻을 타다’, ‘추위를 타다’와 같이 만나는 임자말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말하기가 그래서 중요하다.
「보다」라는 말도 바라보다, 돌아보다, 굽어보다, 쳐다보다, 우러러보다, 얕보다, 노려보다, 째려보다 등 보는 방향과 상황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데도 우리말·글의 사용에서 그런 것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땅바닥을 쳐다보며 걸었다’라고 하면서 그 말이 맞는 줄 안다. 시인들도 대부분 민들레 ‘갓털’ 을 뜻이 안 되는 ‘홀씨’라고 쓰고 있으니 아이들 말·글 교육을 말하기가 민망스럽다. 시인들도 씨앗을 날아가게 하는 갓털(冠毛)과 식물의 무성생식을 위한 세포인 홀씨(胞子)와 성숙된 식물의 씨앗인 씨(種子)를 구별 못하고 쓰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말·글은 긴소리와 짧은소리, 높은 소리와 낮은 소리, 거센 소리와 고운 소리에 따라 내용과 감정이 달라지고, 임자말이나 상황 또는 대상에 따라 쓰이는 말의 뜻이 바뀌는데 말하기에서 그것이 잘 안 되고 있다. 같은 말이라도 조용히 말하면 생각이 안정되고 곱게 말하면 행동도 마음씨도 고와진다. 반대로
말이 거칠면 생각도 행동도 난폭해지기 마련이다.
말과 글과 얼은 하나이므로 언어생활은 사회 기풍이나 민족성을 결정하게 된다고 한다. 싸울 때는 독일말로 하고, 장사를 할 때는 유태말을 쓰고, 연애에는 불란서 말로 속삭이라는 우스개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여기 동시들은 문학성보다 먼저 말·글 공부를 하는 교재로 보고 말의 강약과 고저장단에 따른 뜻을
생각하며 재미있게 읽어줬으면 한다.
― <부탁말>(머리말)
- 차 례 -
부탁말
◇ 가로 세로 삼행시(1)
제1부 그 모양에 그 이름
갓버섯
겨우살이
나팔꽃
담쟁이
마디풀
◇ 가로 세로 삼행시(2)
제2부 불도 타고 물도 타고
썰매를 타다
물을 타다
틈을 타다
용돈을 타다
이랑을 타다
◇ 같은 말의 다른 뜻
제3부 밥도 먹고 욕도 먹고
귀가 먹 다
겁을 먹다
공짜로 먹다
화장발이 먹다
더위를 먹다
부들
생강나무
수박풀
할미꽃
해바라기
목화를 타다
커피를 타다
흥부박을 타다
광대줄을 타다
우주선을 타다
좀이 먹다
물감을 먹다
담배를 먹다
한 골 먹다
톱이 먹다
◇ 좌우 어디로 읽어도
제4부새도울고꽃도울고
아기 가 울다
매미가 울다
과꽃이 울다
두견이 울다
전깃줄이 울다
◇ 닮은 말의 다른 뜻
제5부 모자 장수 두 모자
과거와 과거
대게와 대게
눈과 눈
모자와 부자
밤과 발
◇ 비슷한 뜻의 여러 말
제6부 옷도 날개 잎도 날개
옷이 날개
떡잎 날개
잎이 날개
씨앗의 날개
깃발은 날개
뱃고동이 울다
에밀레종이 울다
여물 솥이 울다
풀벌 레가 울다
냄비뚜껑이 울다
시장과 시장
배와 배
신문과 신문
전기와 전기
화장과 화장
지느러미 날개
제일 큰 날개
회 전하는 날개
마음의 날개
날개의 흔적
◇ 재미있는 식물 이름
제7부 닭찜이냐 찜닭이냐
밤꿀과 꿀밤
정오와 오정
닭찜과 찜닭
채소와 소채
건강과 강건
◇ 웃음의 한자(漢字) 의미
제8부 천지에 지천이다
천지와 지천
공항과 항공
발목과 목발
모유와 유모
생일과 일생
문명과 명문
가출과 출가
금방과 방금
국왕과 왕국
졸병과 병졸
회사와 사회
목수와 수목
화목과 목화
사상과 상사
생사와 사·생
[2024.10.10 발행. 104쪽. 정가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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