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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낮달 (전자책)낮달 정선규 시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나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시골에서 자연과 더불어 자랐다. 늘 거대한 자연을 바라보면서 누가 간섭하지 않아도 순리를 찾아서 순리대로 돌아가는 자연의 수레바퀴를 보았다 매년 삼월이면 우리 집 뒤에 있는 작은 텃밭의 낮은 울타리에 쪼그리고 앉아서 우는 참새 소리를 들었다. 아! 나의 봄인가 싶어서 자꾸만 자신의 뒤를 돌아보았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관계하는 일이다. 때로는 사랑하고 또 때로는 분노도 하고 그토록 힘들게 부대끼는 삶의 연속이다. 나는 가을걷이가 다 끝난 들녘으로 나가곤 했었다. 숨 가쁘게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를 읽었다. “바람같이 지나가리라” 마음을 비우는 소리였다. 바람끝이 살갗을 파고들어 온몸을 적실 때면 기분이 상큼했다. 온몸의 세포가 다 살아나서 불을 밝혔다.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내게 자연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귀를 기울였다. 이것은 내 삶의 태도가 되었다. 먼저 충분히 남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야 나의 이야기를 했다. 나는 꿈을 꾸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선진들이 이로써 증거를 얻었느니라”(히브리서 11:1-2) 믿음은 무엇이고 또 실상은 무엇이며 보이지 않는 것들의 그 증거란 무엇일까? 믿고 바라는 것들을 마음속으로 그려 넣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시인으로 우뚝 선 나를 바라보았고 세계 최고의 성시를 썼다. 하지만 이 마음의 바라는 것들의, 실상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꿈은 장래의 일이기에 이루어질 것으로 굳게 믿고 바라는 마음이다. 아니 이미 받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로 어떤 모양 혹은 상태와 같은 그 어떤 정황들로 드러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욕과 사념 같은 더러운 마음이 아닌 오직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살기를 바랐다. 이것이야말로, 어머니 마음이 아닐까. 내가 미치게 화가 나고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할 때 잠잠한 자연의 모습은 매우 초연했다. 이윽고 나는 자연에 이끌리어 거대한 자연으로 닮아가는 삶이 되기를 원했다. 누가 말하지 주지는 않았지만, 자연은 흐르는 시간 속에서 높은 곳을 지나 낮은 곳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 자연의 흐름 속에서 자신에 대한 의식과 관념을 반성하고 살피는 시간으로 자아 성찰을 고집했다. 자연은 모든 것을 다 내주었으며 잘난 체하지 않았다. 자연은 나의 스승이었다. 자연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온정의 손길 혹은 그 마음을 닮았으면 좋겠다. 아주 오랫동안 자연과 동행하며 삶을 노래하고 싶다.― <시인의 말> - 차 례 - 시인의 말 제1부 낮달낮달 어르신의 말 걸기 내 마음의 노래 귀여운 여인 하나님의 십자가 노점상 꿈의 추억 술꽃 어느 날의 나 시계 영원한 소망 붕어빵 물고기 냄새 잠 못 이루는 밤 제2부 여자가 된 누나영혼의 추억 여자가 된 누나 자신의 현상 가위눌림 인생 그 너머 부부 한 해 사람 증 삶은 서천 내 고향 명함 감사의 유통 허깨비 나무 꽃 제3부 백신의 살인人愛家(인애가) 회상 세움의 향기 봄여름 가을겨울 집착 가을 나무 자동문 몸통 동행 겨울 남자 그리움의 잔 하룻밤 겨울바람 백신의 살인 추궁 세월의 감촉 제4부 달빛 딜레마복사꽃 필 무렵 밤에서 새벽까지 가을 곁에서 달빛 딜레마 저무는 가을 쪽문 바람 소리 담배 혹은 술 길 인연 공간 술을 내렸다 첫인상 그녀 어느 생각의 파편 [2022.02.01 발행. 85쪽. 정가 5천원(전자책)]※ 이 책은 콘텐츠몰.com 에서 바로 구매 및 열람이 가능합니다. 콘텐츠몰 바로가기 (클릭)◑ 전자책 미리보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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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를 타고 / 노유섭시소를 타고 노유섭 아침 가고 밤 오고 밤 가고 아침 오고 절망 가고 희망 오고 희망 가고 절망 오고 그러기를 몇 날 끝날은 희망인가 절망인가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닐 것 같지는 않은데 이후는 변함이 없다는데 그 무엇으로 맞이할 것이냐 산다는 것은 그 어디메쯤의 시소를 타고 눈물 혹은 웃음범벅의 달빛 비빔밥을 먹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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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와 무지개 / 노유섭파랑새와 무지개 노유섭 두어 숟가락의 현미죽을 한 알 한 알 씹으면서 두고 온 들판을 생각한다 한 사발 가득 흰 쌀밥을 먹으면서 생각지도 못한 들녘, 농부와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흔적을 떠올린다 삐비꽃은 피었을까 아득한 전설처럼 남은 유년의 회로 속에서 병상에서 깊은 삶의 첫 기억과 조우를 생각하듯 부족 속에서 그리하여 버림으로 인하여 도리어 잃어버린, 그리도 찾으려 했어도 찾지 못했던 파랑새, 그 언덕에 떠오르는 무지개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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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 노유섭아버지 노유섭 당신과 눈 마주치기가 겁이 났어요 그리고 한 번도 당신을 인정한 적이 없어요 다만 기억의 저 켠에서 당신은 나를 뒤쫓고 -돈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왜 지지리 돈도 벌지 못했어 뒤쫓다 그만 풀썩 주저앉고 나는 全南大로 난 큰 길을 따라 대책없이 어둠 속을 마구 달리고 있어요 이유도 없이, 다만 말이 없다고 도대체 말이 없다고 술에 취하면 으레 불거져 나온 부아가 당신에게 한 번도 마음 주지 못한 송곳 같은 나의 강퍅함이었어요 술 빼고 남은 구석은 무언지- 리어카 끌어오다 잃어버린 목돈 하며 열차간에서 눈에 불 켠 학비도둑 막으려 밤새 허옇게 입에 성에가 끼었다던 이야기가 늘상 쥐뜯어먹던 당신의 고물이발기계로 삭아 이어질 수 없는 빈 하늘 머언 전설구름 한 조각으로 스러지고 묫돌 하나 없는 당신의 역사가 누런 들판을 S커브로 돌아나갈 때 논에서 잡아 배딴 붕어지짐만이 하교 후 대학자취방 당신의 콩조림과 하나가 되어 면벽한 시인 지망생의 초라한 촛불 아래 가물거릴 뿐, 그렇게 길기도 길던 겨울- 가로 모로 한방 가득 빽빽한 식구들 머리 위로 내내 펑펑 눈 내리던 밤의 당신의 깊은 담배연기를 지금이라고 내가 알 리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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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겠다는 말 / 나광호죽겠다는 말 나광호 죽겠다고 하는 말 너무 흔하다 배고파 죽겠다, 짜증나 죽겠다, 아파 죽겠다, 힘들어 죽겠다, 괴로워 죽겠다 너무 상투적이긴 하지만 이 같은 대화의 말들이 침통하고 암울하고 어두운 희망 없는 세상을 만든다 흑장미도 애기똥풀도 엉겅퀴도 심상의 눈에는 예쁘지 아니 하던가 말이 씨가 된다는 속설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데 비록 하찮고 허접스런 말 일지라도 희망의 말을 속삭이자 기쁘고, 즐겁고, 사랑스럽고, 예쁘고, 행복해 죽겠다는 긍정의 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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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약수(上善若水) / 나광호상선약수(上善若水) 나광호 산로에서 그늘을 이고 풀 섶에 앉아 걸어온 숨들을 풀벌레 울음 귀에 걸어 놓는다 홍염이 밀어내는 가쁜 숨들이 도랑처럼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산 아래로 굽어보이는 건 살아온 날들 추락과 비상을 수없이 반복한 흔적들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높이 오를 때 마다 살아온 인생의 굴곡이 깊다 산모롱이를 돌면 덧없던 삶이 지워지고 생각을 담아둘 또 하나 가슴이 열린다 상선약수(上善若水) 가장 아름다운 인생(上善)은 홍염 속 산을 오르는 고난일지라도 생각을 담아둘 또 하나의 가슴을 열어놓고 흐르는 물처럼 사는 것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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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우주 / 안재동* 내 안의 우주 * / 안재동 내 안에도 세상이 있다. 새가 있다. 노랑할미새가 있고 은빛 찌르레기가 있다. 쇠종다리도 있고 까치도 있다. 그 새들이 울어 늘 새소리가 난다. 물소리와 바람소리도 있고 해와 달과 별도 있다. 내 안에도 작지만 그런 우주가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우주보단 훨씬 큰 우주이다. 너는 언제나 내 우주에 있고 너에게도 우주가 있다면 그곳에 나도 있었으면 좋겠다. 낮에는 티없이 푸른 하늘의 해가 되거나 밤에는 부서질 듯 찬란한 별이 되거나 아기 손처럼 보드라운 바람이 되어도 좋고 향기 짙은 야생 들꽃이 되어 우연히 너의 눈길이라도 끌면 좋겠다. 내 안의 우주가 언제나 너로 인해 그렇게 아름답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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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의 고래사냥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 김혜영요나의 고래사냥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김혜영 그녀는 오래 전 부터 꿈꾸던 여름바다로 고래사냥 떠난다 동트는 미명에 쏘아보는 눈빛으로 시어의 작살을 던진다 내 심장을 뚫는 소리 요나의 고래는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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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강 여울 소리 / 김태희달래강 여울 소리 김태희 빈 들 넘어 불어오던 지난날의 이름들 시든 듯 수척해도 땅 위서 다시 돋아나 강물은 물빛을 퍼 올린 아침으로 피어나고 뚝 멈춘 목선 하나 비워 둔 밤하늘엔 토닥토닥 별을 캐며 솎아 올린 희망으로 강물은 가슴을 풀은 채 달빛을 끌어안는다 뜨거운 흙냄새가 피어나는 그 자리엔 호밋자루 땅을 파는 속삭임으로 번져 강물은 살 내음 섞인 여울 소리로 흘러가고 햇살 입힌 연두 잎에 그 꿈을 문지르던 바람은 막 피어난 보리 이삭 사이로 강물의 이름을 부른다. 능금 꽃이 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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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으로 가다 / 김철기만남으로 가다 김철기 화살 당겨진 시간을 사는 총총한 발걸음 무수히 타고 내리는 곳 누구라도 한번쯤 맘 조리던 기다림에 곱게 펴 든 손 바람결 꽃가지 아릿아릿 설렘의 별로 반짝여 사랑의 별무늬 아롱지기도 했겠지 오늘도 여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껏 꾸린 웃음보따리 행복꾸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