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강 여울 소리 김태희 빈 들 넘어 불어오던 지난날의 이름들 시든 듯 수척해도 땅 위서 다시 돋아나 강물은 물빛을 퍼 올린 아침으로 피어나고 뚝 멈춘 목선 하나 비워 둔 밤하늘엔 토닥토닥 별을 캐며 솎아 올린 희망으로 강물은 가슴을 풀은 채 달빛을 끌어안는다 뜨거운 흙냄새가 피어나는 그 자리엔 호밋자루 땅을 파는 속삭임으로 번져 강물은 살 내음 섞인 여울 소리로 흘러가고 햇살 입힌 연두 잎에 그 꿈을 문지르던 바람은 막 피어난 보리 이삭 사이로 강물의 이름을 부른다. 능금 꽃...
만남으로 가다 김철기 화살 당겨진 시간을 사는 총총한 발걸음 무수히 타고 내리는 곳 누구라도 한번쯤 맘 조리던 기다림에 곱게 펴 든 손 바람결 꽃가지 아릿아릿 설렘의 별로 반짝여 사랑의 별무늬 아롱지기도 했겠지 오늘도 여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껏 꾸린 웃음보따리 행복꾸러미
바람 부는 날 김지수 그리운 날 저 언덕 너머 에서 임을 만나는 바람인가 더위를 식혀주는 고마운 바람 사르르 떨리는 고운 살결 같은 바람이여 나모의 그늘에 흰 모래성의 그리움 하나 졸 졸 흐르는 강 물에 봄 아지랑이 지펴 올 때 눈을 감으면 고운님 임마중에 사르르 사르르 잠이든다. 손 풍금을 켜는 고요한 강 바람타고 혼저 옵소서 한다. 그리운 그 이름은 아! ~ 바람이여
사모곡 김종길 고향산천 감싸 안던 그 정은 어디 두고 자식위해 빌어 시든 정화수는 어찌하고 훌쩍 떠난 당신 자리 너무나 큰 흔적에 아무리 통곡해도 서러움만 더합니다. 여름이면 농사 짖고 겨울이면 베를 짜고 동이 트면 호미질에 딸이 뜨면 보리방아 평생을 졸라매신 허리띠는 어찌하고 굽은 허리 못 펴시고 훌훌히 가십니까. 나무 때어 밥을 짓고 얼음 깨어 빨래하고 등잔불에 다리미질 밤새운 바느질에 그 흔한 가전제품 쓰시면서 사셨으면 불효자식 한이 되어 울지는 않겠지요. 가신 곳은 천당이...
향수鄕愁 김종길 옹기종기 반달 한옥 그림 같은 두메산골 앞 뒷들 산자락에 계단 논밭 그려놓고 박꽃 덮인 지붕 위에 목화 연기 피는 굴뚝 산골마다 흐르는 물 노니는 피라미 떼 어머니 사랑 몽실몽실 홍시 덮인 고향마을 미소 짓는 이뿐이 들 이웃에 살고 있고 꼬마친구 노는 소리 고샅길 가득한데 돌담 위로 오간 정 파란 이끼 살아나니 집집마다 넘친 사연 까치가 전해주고 거친 손 마주해도 정 넘치는 고향마을 그리움 그냥 두고 구름같이 떠난 고향 어머니 따뜻한 품 하늘만큼 그리워서 새소리 워낭...
황혼녘 눈물의 사부곡 초연 김은자 저승에서 말 걸어오면 그대여 나한테 일러주세요 난 아주 힘이 세거든요 내 손을 꼭 잡고 절대 놓지 마세요. 오는 날이 있으면 어찌 가는 날이 없겠어요 백세 시대에 우린 아직 칠십대란 말입니다 질풍노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곧은 뿌리 스산한 세월의 뒷문 걸어 잠그고 애오라지 그대 위한 차가운 침묵 속에 문자를 건지어 인생의 갈피에 끼우고 달빛을 불러 눈물을 삭히던 하 많은 날들 황혼의 사부곡이 가슴에서 소리 없이 흐느낍니다.
침묵의 심장 초연 김은자 내가 몰라서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것 네가 모르지 않을 텐데 네가 침 한번 삼키고 생각 해 보면 부끄러움이 밀려 올 너를 알기에 스스로 알아차리는 그 자리를 내여 놓고 침묵의 맥박을 짚어 보면서 견딘다 밤의 장막 같은 고요함에 더딘 박동을 감지하는 저편의 붉은 심장은 너의 영혼의 늪이기에 그러구러 그냥 시간에 기대어 네 들썩이는 어깨에 손을 얹을 뿐이란다.
와룡산 밀어 초연 김은자 산자락 겨드랑이 피식 말 걸어오면 서산의 살구 빛 노을 한 장이 잠결에 발로 걷어찬 풀 먹인 인견 홑이불 같다 바람이 싣고 와서 거실 한복판에 던지고 가는 듯 선심 쓰는데 울창한 더위가 비비적거려 대고 염치없이 치대며 비켜 날줄 모른다 와룡산 등마루에 구름 세 단 업고 놀면 서울 성곽 길손의 발목 부어오르고 어깨에 땀샘들 덥다고 푸념질 하는 사이 마음만 등산하는 난 사유 한모 베어 온다 날개 짓 모기소리 달팽이관에 걸어와서 낮밤 헷갈린 매미소리 기어 다...
청춘, 그 포스트모더니즘 김은자 (USA) 푸른 잎사귀 같은 얼굴이 어둠을 돌아 내게 오는 밤이면 나는 멀고 긴 이름 하나를 꺼내 닦는다 불 꺼진 이마에 별이 켜지고 축제의 밤 폭죽처럼 터지는 목련 꽹과리 소음 속에서 청춘이 입술을 훔친다 긴 머리칼이 그의 어깨에서 출렁일 때 산 뒤에 숨어 꽃 그림자였던 달빛 그 불속에 우리는 구멍을 뚫었다 한쪽 날개가 타면 마지막 남은 날개로 광야를 유랑하는 나비처럼 무너지고 새 살이 돋아나고 낙엽처럼 뒤척이면서 무덤에서 뛰놀고 무덤에...
코스모스 핀 언덕 작사 김숙경(Stella) 작곡 김영식(재독) 가녀린 허리 한들거리며 누굴 유혹하느냐 꺽이지 않고 절개 지키려는 네 심지 긴 목 드러내고 가을바람이 애무하면 발그레 부끄러워하는 네 모습 첫 사랑, 임에게 손 잡히던 날 같구나 별님도 네게 반하여 환한 미소에 잠을 설치지 휘느러지게 피어있던 언덕 오늘도 가을 햇살 투명한 깊이를 해집고 Cosmos Blossoming Hill Written by Sook-kyung Kim Translated by Rich...
석류 작사 김숙경(재카) 작곡 김영식(재독) 익어가는 가을 밤에 사랑을 알았네 뜨거운 열꽃으로 보석같은 가슴을 열었네 부끄러워 부끄러워 앓던 가슴 너를 위해 열었네 빨갛게 타는 가슴 너를 위해 열었네 가을 바람이 애무하네 Pomegranate writer and translator Kim, Sook Kyung Stella composer Kim, Young Sik In the depth of the fall night I knew love Chest...
잘 절여져야 예현 김숙경(Stella) 여자가 나이 차면 시집을 가듯이 잘 절군 노란 몸에 붉은 옷 곱게 입혀 투박한 항아리님께 신방차려 보내니 새우젓 황석어젓 고춧가루 갖은 양념 눈물 시련 참으며 새 세상에 나오는 날 옥동자 너의 향기에 온 집안이 화목하다 김장은 잘 절여야 감칠맛이 나고요 사람은 겪어봐야 그 속을 알 수 있고 인생도 비바람 눈보라 겪어봐야 맛들지.
질항아리 예현 김숙경(Stella) 곰삭는 아픔을 견디며 피운 꽃이 사랑이다 할머니 굽은 허리춤에 대물림하는 누룩 같은 기다림 하나로 산 항아리가 하얀 곰팡이를 만나 한 뜸씩 기워온 시간이 기다리는 것은 넉넉한 손맛이다 형체 없이 삭은 포도가 향 짙은 술이 되듯 감내한 슬픔의 맛 알아버린 나는 오뉴월 항아리 둘레 인심의 꽃 향에 뜨겁다 피어 숙성되기까지
봄 산 예현 김숙경(Stella) 그녀가 백일 탈상을 하고 있다 엎드려 부복하며 떠난 것들을 돌아보며 소복입기를 자처하고 있다 흙 마르기 전에 시집간다는 말 떠돌까봐 산소에 부채질하던 어떤 여인처럼 언제 그랬느냐는 듯 연분홍 립스틱에 연둣빛 옷으로 갈아입고 바람을 흔드는 그녀 그녀를 부추기는 봄비는 살랑거리며 내리고 있다
달맞이꽃 예현 김숙경(Stella) 어둠이 깔린 강둑 노랗게 켜놓은 호야불 밑에서 편지를 썼지 입술 오므렸다 폈다 하느라 달 뜨는 시간이면 속내 활짝 드러내야만 했지 밤이슬이 쏟아놓은 그 흥건한 말까지 올올이 문장으로 쓰다 보면 그리운 얼굴 닮은 저 달이 글의 배경에 총총 은하수를 깔아주기도 했지 그대 등 뒤에 숨으며 내게 다가올 때 머나먼 길 그 사유의 강둑에서 이별을 삭이느라 끙끙거렸지
백지 도둑 예현 김숙경(Stella) 별의 향기를 훔치고 산 그림자에 숨은 풀벌레의 노래를 훔치고 호수 위 떠돌이 안개를 훔치고 달빛 계수나무를 훔친다 새벽 문을 열고 해종일 수고한 노을을 일용직이 훔쳤다 여인과 사내의 사련도 엿보고 밤의 노숙자가 되어 그 흠친 언어들을 창고 안에 쌓아 놓고 詩놀이를 한다 백지, 그 쓸쓸함 위에서
섬 예현 김숙경(Stella) 방 안에 섬 하나 떠 있다 고집불통 섬 베풂에 익숙한 섬 가족 파도에 꿈쩍도 안 하는 섬 달 속에 고독을 숨겨 둔 섬 내 안에 너 있다는 섬 가시투성이 섬 그 섬이 바로 당신
나그네 하태수 길 잃은 저 기러기 남한강 물길 따라 구름에 달 가듯이 바람에 묻혀가듯 산과 강 한 몸 되어 정처 없이 날으다 내 삶의 남은 흔적 고향산천 빈자리 누울 곳 찾으려니 소백산이 가슴 열어 두 팔로 안아주네
하늘에 그린 묵화 김소해 이제는 다 보여줄게 이름 그대로 나목이다 그게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아서 북풍에 벗고 서있는 잔뿌리의 잔가지 겉치레 하나 없이 솔직하면 앙상하리 뿌리도 때론 빛이 그리울 때가 있어서 하늘로 뻗은 잔뿌리 묵화 한 폭 펼쳤다
햇살 한줌 김사빈 아침에 나온 햇살을 건졌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그리움 들이다 다시 쥐어 보는 햇살을 가만히 손가락을 펴보니 손바닥에 남아 있는 건 그의 얼굴이다 꾹 다문 입술 깊은 눈 속을 들여다 보니 내 다 알아 하는 것 같다 빙긋 웃는 그를 바람이 휘젓고 지나간다
작가로서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그 무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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